철아, 정말 오랜만이지. 너와 이렇게 연락하는 거 말야. 10년도 더 되었나. 대학교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 우리 처음 만났잖아.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너와 함께 한 그 시절이 잊혀지지 않아. 우리 그때 동고동락하면서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었잖아. 발단은 그 선배였지.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도 콕 집어서 내가 너랑 가장 잘 어울린다고, 적임자라고 했었지. 엄청 윗기수 선배라서 거역하기가 힘들었어. 기가 막힐 노릇이야.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네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 평소 같으면 절대 친해질 만한 타입은 아니었거든. 우린 성격이 정반대였어. 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공부해서 대학을 다니는 범생이였고, 넌 어린 나이에 중국집 배달원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지. 내가 자취방에서 혼자 청승맞은 음악이나 들으며 젊음을 낭비할 때 너는 이런저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할 수 있는 대로 주변을 시끄럽게 만드는 걸 좋아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