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살림을 꾸린 M동은 서울치고는 비교적 예스러운 분위기가 남아있는 동네였다. 결코 부유한 동네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음울한 가난의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오래된 창고를 열었을 때 나는 꿉꿉하고 매캐한 곰팡이와 먼지 내음 같은 것 말이다. 그보다는 손때묻은 할머니의 재봉틀에 가까웠다. 오랜 세월 손을 타 반질반질해진 몸체에 먼지 쌓일 새 없이 삐걱대며 바삐 움직이는 모양새랄까. 이러한 바쁨은 서민적이어서, 강남 같은 대도시처럼 쌩쌩 내달리는 ‘스피드’를 낸다기보다는 서로 흘끗대거나 수군거리며 종종걸음으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는 식의 분주함에 가까웠다.
M동을 오갈 때면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다. 역에서 나오면 살굿빛 벽돌로 지어진 중학교 교정이 맞이하고, 다소 가파르게 경사진 도로 반대편에는 미용실, 세탁소, 분식집 같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어깨를 마주하고 늘어서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왠지 뒤통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