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배울 때 가장 처음 하는 일은 바로 선 긋기다. 뛰기 위해서는 걷는 법을 배워야 하고 걷기 위해서는 일어서는 법부터 배워야 하듯이 마음은 저 멀리 앞서 나가더라도 우선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곧고 바르게 선을 긋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젤에 기대어 기울어진 종이 위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4B 연필을 움켜쥔 손에는 땀방울이 배어나고, 서툴게 움직이는 손을 따라 그려지는 선은 마음과 달리 자꾸만 흔들리고 비뚤어지기 일쑤다.
선 그리기의 핵심은 힘을 빼는 것이다. 균일하고 안정감 있게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몸의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그려나가야 한다.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연필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는 점이 선 긋기의 역설이다. 힘을 주어 눌러 그린 선은 말랑말랑한 잠자리 지우개로 빡빡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그려진 선은 보기에 못날 뿐만 아니라 아무리 애를 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