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리 집 컴퓨터에 인터넷이 연결되었을 때의 낯섦과 신기함을 아직 기억한다. 인터넷으로 서로 소식을 전하는 ‘이메일’이라는 것을 사용하려면 닉네임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닉네임은 닉네임일 뿐인데, 인터넷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하기 위해 붙이는 임시적인 명칭일 뿐인데도 과연 어떤 이름을 지어야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더랬다.
오랜 고민 끝에 지은 닉네임은 ‘과거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닉네임이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대단히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제 막 중2병에 진입하고 있던 사춘기 소녀의 입장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이 괴상한 닉네임은 이 세상의 모든 유무형의 존재들에 각각 해당하는 신이 있을 것이라는 다신교적 상상력에 더해, 시간에 대한 자기연민적 감정 이입이 결합하여 탄생했다. 시간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 있다는 신화를 흘려들었던 나는 상상했었다. 만약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