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를 좋아한다. 여자는 온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남자는 여자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은데, 막상 여자는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아는 선배 오빠의 아들이 사라지자 여자는 사방팔방 아이를 찾아다닌다. 남자는 화가 나서 선배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부순다. 자기에게만 오롯이 집중해주지 않아서 화가 난 남자에게 여자가 조심스레 묻는다. 헤픈 게 나쁘냐고.
본래 '헤프다'는 말은 함부로, 마구, 낭비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특히 여성과 짝을 이루어 사용될 때 부정적 느낌이 배가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어쩐 일인지 남성과 짝을 이루어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게 마음에 붙는다면 어떨까. 헤픈, 마음. 그래도 여전히 나쁜가? 마음의 경우, 이따금 함부로, 마구, 낭비한다고 해서 그렇게 금세 바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도리어 마음 곳간이 쓸쓸했던 때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