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한 선생님의 단골 멘트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을 가르치는 분이셨는데, 으레 그렇듯이 학생들이 “선생님,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예요? 너무 어려워요”하며 투정을 부리면 어김없이 말씀하셨다. 포기하십시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거라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노래도 있는 마당에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포기하라니! 황당해서였을까,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포기하십시오, 한마디를 듣는 순간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화를 내지도, 조롱하지도 않고 장난기 쏙 뺀 진지한 표정으로 포기를 권유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그래, 포기해도 괜찮아. 수학 문제 하나쯤이야. 이거 못 푼다고 인생 종 치는 건 아니잖아. 하려던 것도 막상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고, 하지 말라고 하면 도리어 더 하고 싶어지는 청소년 특유의 청개구리 기질 때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