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이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 검붉은 장미송이들이 모두 타들어가 시든지 오래다. 이른 땡볕 더위에 능소화가 조금 빨리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뜻을 가진 능소화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다. 꽃잎의 색깔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태양이 지평선과 만나면서 뿜어내는 노을빛과 흡사하며, 푸른 손바닥 같은 이파리는 건물의 외벽을 한가득 뒤덮어 장식하고, 꽃이 피어나는 모양새는 이토록 아름다운 여름날을 경축하며 쏘아 올리는 축포와 같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능소화 관광지는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 적산가옥이었다. 50줄이 된 집주인의 유년 시절 어머니가 심었다는 능소화는 2층짜리 가옥의 벽과 지붕을 타고 올라가 최근까지도 화려한 꽃을 풍성하게 피워냈다. 꽃 피는 철이 되면 이웃들은 물론 멀리 사는 외지인들도 찾아와 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