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이미 올해 초부터 동장군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지금이 겨울이야, 봄이야?’ 헷갈렸던 때부터 예견되었던 이상기온이다. 덕분에 목련, 개나리, 벚꽃, 철쭉이 함께 피어있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온기에 제각기 앞다투어 꽃을 피워낸 까닭이다. 그마저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며칠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꽃과 나무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벌과 나비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탄식하는 소리를.
본디 자연이란 느릿하지만 촘촘한 시간표에 맞춰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리듯 운영되는 것 아니었나. 눈이 채 녹기 전 창백한 듯 옅게 홍조를 띤 매화가 피어나고, 목련이 도톰한 털코트를 벗으며 감춰졌던 우아한 크림빛과 자줏빛의 드레스 자락을 드러내며 겨울의 종언을 알리면, 이윽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