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친구의 형제들을 비롯하여 다른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장에 갔었는데, 나는 균형을 잡는다거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일에는 적성이 아니었던지라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판 위에서 쩔쩔매는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일까 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겨울의 스케이트장에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고여덟 살 되어 보이는 금발의 백인 여자아이가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서 타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주변 어른들이 “너 괜찮니?”라며 걱정했지만, 그때마다 아이는 전혀 문제없다며 밝게 웃고는 툭툭 털고 일어나 스케이트를 마저 타러 갔더랬다.
“너 괜찮니?”라는 질문을 받았어야 하는 건 그 아이가 아니라 차라리 나여야 했을 것이다. 하도 넘어지다 보니 친구네